원불교 2019개벽포럼서 한국사회 진단
미래 발전 대안 화두로 ‘생명평화’ 강조
“천지개벽 발전 이뤘지만, 죽임의 반복”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이젠 제3의길, 즉 진보도 보수도 아닌 ‘개벽’의 길로 가야 합니다. 그간 변화해왔지만, 변화만이 능사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병 주고 약을 주는 모순과 혼란만 재생산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 때문에 문제의식을 갖자는 것입니다.”
21일 원불교사상연구원과 은덕문화원이 주최하는 2019개벽포럼의 첫 프로그램인 제1회 ‘생명평화와 개벽’이 서울 종로구 원불교 은덕문화원에서 진행됐다. 강연자로 나선 전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이 한국사회를 진단하고 ‘개벽’의 의미를 살폈다.
도법스님은 급격한 발전을 이룬 한국사회에 대해 “천지개벽하는 변화 발전을 이뤄냈다”며 “그러나 내용과 과정은 죽임의 반복이었다”고 그 한계성을 꼬집었다. 스님은 “20세기 100년 동안 뺏고, 빼앗는 방식의 발전이었고, 미래에 이러한 방식 그대로 더 많은 발전을 이룬다면 그때는 문명위기, 문명종말, 생명평화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도법스님은 “왜 이렇게 됐을까”라고 화두를 던지며 “변화‧발전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인간다워짐에 있어서는 최악의 상황으로 되돌아왔다. 더 이상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스님은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좌우 반목과 질시의 냉전 상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법스님은 불교의 가르침에서 ‘개벽’의 의미에 접근했다. 스님은 석가모니가 생로병사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걸어간 수행과정에서 언급된 ‘중도’를 강조했다. 그리고 이 중도의 개념과 관련해 ‘있는 그대로의 길’이라고 해석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도법스님은 구체적인 사례로 마하트마 간디를 들어 이해를 도왔다. 강연에 따르면 간디는 식민지 당시 비폭력 시위를 이어가며 싸워야 할 대상으로 세 가지를 지목했다. 자기 자신과 영국, 인도였다.
주목할만한 점은 비폭력 시위 현장 선두에서 간디가 싸워야 할 대상들을 향해 가졌던 생각이다. 도법스님은 “간디는 내 국가인 인도라 하더라도 진리에 맞지 않다면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또 자기 자신의 길이라도 진리의 길에 맞지 않는다면 가서는 안 된다고 여겼고, 적국인 영국일지라도 진리에 합당하면 수용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강조했다. 도법스님은 자기자신은 물론 적국까지도 편파적인 시각으로 판단하지 않으려 했던 간디의 고뇌를 읽었다. 이처럼 생각하지 못하는 데서 문제가 기인한다는 의도다.
또 도법스님은 문재인 정부와 관련해 남북 해빙무드를 만들어낸 점에 대해서는 남북정상회담의 지혜를 우리 안에도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우리사회 각 양극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목과 냉전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국민들이 ‘생명평화’를 바탕으로 한 ‘정상회담’을 각계 각층에서 이어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남북정상이 비무장 지대에서 만났던 것처럼 좌우 여야 등 양극단을 중재할 정치적 중립지대 역할의 원로 100인 위원을 꾸리면 어떻겠냐는 제안도 했다.
도법스님은 현 정부에 대한 한계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스님은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의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분단 70년 동안 쌓인 적폐를 한마디 언급도 안하고 넘어가고 있다. 또 북한에 대해서는 개혁적인 열린 방식으로 가지만, 우리 안에서는 구태의연해 청산해야 할 ‘적폐 방식’을 그대로 해나가고 있다”며 “남북 냉전만 어려운 게 아니라 우리 안의 냉전이 더 어렵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개벽포럼은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과 원불교 은덕문화원이 21세기 한국학을 이끌어갈 개벽학을 정립하고자 기획했다. 이 포럼에서는 한국사회의 각 분야에서 개벽의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사들이 매달 강연자로 나설 예정이다. 이들이 현장에서 실천한 경험을 듣고 촛불혁명 이후 한국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보자는 의도다.
1년 동안 총 10차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다. 다음 포럼은 4월 18일 원불교대학원대학교 김경일 총장이 ‘원불교와 개벽’을 주제로 진행한다. 이후 ▲5월 16일, 다른백년 이래경 이사장의 ‘경제와 개벽’ ▲6월 20일 역주 용비어천가 저자 박창희의 ‘세종과 개벽’ ▲7월 18일 생태귀농학교 이병철 교장의 ‘살림과 개벽’ ▲8월 22일 원불교총부 교화연구소 원현장의 ‘동서융합과 개벽’ ▲9월 19일 조한혜정(연세대)·이병한(원광대)의 ‘포스트휴먼과 개벽’ ▲10월 17일 하지센터 교사 김현아·황지은의 ‘교육과 개벽’ ▲11월 21일 연찬문화연구소 이남곡 소장의 ‘논어와 개벽’ ▲12월 19일 욧카이치대학 기타지마 기신 명예교수의 ‘종교와 개벽’이 준비돼 있다.
출처 : 천지일보(http://www.newsc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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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총장 박맹수) 원불교사상연구원과 은덕문화원(원장 김법열)이 공동주최하는 ‘2019 개벽포럼’의 첫 강좌는 3월21일 은덕문화원 대각전에서 열렸다. 3월~12월 매월 셋째 목요일 오후3시에 열리는 개벽포럼은 사회 각 분야에서 개벽의 이념을 몸소 실천해온 인사들을 초청해 우리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첫 강사로 실상사 주지와 조계종 화쟁위원장을 역임하고, 2000년 초부터 생명평화운동을 전개해 온 도법스님이 초빙됐다. 도법스님은 ‘오래된 미래, 개벽과 생명평화’라는 주제로 자신과 한국사회, 이 시대가 직면한 참된 미래의 길에 대해 열강했다. 특히 지난 20년간 그가 걸어온 ‘생명평화 민족화해 지리산1000일 기도’와 ‘한반도 평화만들기 1000인 은빛순례단’의 실천사례는 대중에게 큰 각성의 기회가 됐다.
도법스님은 자신이 왜 불교를 선택했는지에 대해 말하며 “나는 교리보다는 부처님의 삶을 중시하고 천착해왔다. 아무리 오묘하고 신통한 일(교리)이라도 우리의 삶 속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필요 없는 것이지 않겠는가”라면서 만일 그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부질없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오래된 미래의 길은 참된 길이고 현재의 길이며 미래의 길이고 새로운 길이다”고 정의했다. 결국,새로운 길이란 오래된 미래의 길이기에 있는 그대로의 길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부처님이 사막 한가운데서 자신과 직면한 것처럼, 현장에서 문제를 찾고 답을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법스님은 우리가 함께 가야 할 길은 ‘냉전의 한반도를 해빙의 한반도로 전환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오래된 미래의 길이며, 있는 그대로의 현장길이며, 화엄에서 말하는 선택받은 ‘꽃밭’이 아니라 모두가 꽃이 되는 ‘풀꽃밭길’이라고 했다. 인생을 걸고, 목숨을 걸고 반드시 함께해야 할 것은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며, 이 길이 평화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는 (남한의) 좌우가 함께하면 힘이 달라진다”며 종교인들이 해야 할 일은 한국사회의 오래된 응어리를 풀어낼 ‘조상 합동위령제’라고 실제 사례담을 들려줬다. 이날 강의 외에도 1시간 가까운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4월18일 두 번째 강좌는 김경일 원불교대학원대학교 총장이 ‘원불교와 개벽’을 주제로 강의를 펼칠 예정이다.
한편 은덕문화원에서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원불교 문화사회부의 후원으로 ‘정전강의 및 담론’이 펼쳐진다. 강사는 허광영 원광학원 이사장이며, 4월, 9월 각각 2개월씩 진행된다.